타짜, 협박 Dog's, 겨울이야기 : 사랑은 하나가 아니다.

사랑은 꼭 하나만은 아닐것이다. 나는 그런 생각이 언젠가 떠올랐고 그것은 더욱더 진하게 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사실 사랑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대상과 행위가 있을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거의 모든 사람이 생각하는 '사랑'이라는
단어에 적합한 모습일것이다. 그러니까.

그 대상은 어리거나, 풋풋하거나, 젊은 남녀들이고, 그들 청춘들은 서로를 향해 자신의 목숨마저도 내다버릴 수 있을 정도로
열렬한 감정과 폭발적인 외침, 행동, 그리고 죽음마저도 초월한 모든것들은 일반적으로 '사랑'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리고 그렇게
믿는게 일반적이고 매우 잘 맞는 퍼즐의 깔끔한 모습과 같다.

그러나 사실. 나이가 들고 이런저런 현실에 치이면서 살아보니. 그놈의 '사랑'이라는게 위에서 들었던 것처럼 꼭 그렇게
잘 만들어진 '청춘남녀간의 죽음도 뚫고 헤치는 불같은 행위'만은 아니라는 것을 은연중 느끼곤 한다. 그러니까, 사랑은 하나가
아닌것이다.

평소에 매우 좋아하는 대상인 만화/코믹스를 보곤 한다. 그리고 우연히 보게된 세권의 만화 작품을 보면서 나는 다시한번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까, 사랑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는 또다른 것이 있을 것이다.


1. 타짜. (허영만 그림/ 김세영 글)



해당 작품의 어느부분인지, 그리고 어떤 캐릭터의 대상인지는 정확히 알 수는없지만 이런 대사가 나온걸로 기억한다. 그러니까,
남자가 여자를 향해 말한다.

남자 : 내가 너를 사랑하지는 않지만 평생동안 너에게 '의리'를 지키겠다! 그 '의리'로써 너를 죽을때까지 소중히 대해주겠다!!

그런 남자의 외침에 마주하는 여성은 어렵게 그의 진심의 '의리'를 허락하고 그리고 그들은 결혼해서 한 가정을 꾸리게 된다.
그러니까, 그 남자는 여자에 대한 '사랑'은 '의리'와 그다지 다를바가 없다. 그 '의리'는 '사랑'이라는 단어와 행위와 별반 다르지도
않다. 오히려 그 남자의 '의리'는 오늘도 사방에서 매일 일회용 물건처럼 마구 흩날리는 '사랑'이라는 단어와 행위보다 훨씬 무겁고
훨씬 견고한 것이다.


2. 협박 Dog's 1 Another Secret (샤아 글,그림)


작품의 여성 캐릭터는 학급에서 왕따를 당한다. 학급 뒤에서 같은반 동료에게 끌려나가 머리채를 끌어잡혀 바닥에 쓰러지고,
발길질을 당하고 갖은 욕설과 혐오스러운 행위를 당하고만 있다. 그리고 그런 여자 주인공의 곁에는 남자 주인공이 있다. 그
남자주인공은 지금까지 보아왔던 여타의 정의롭고 혈혈에 불타는 남자 주인공과 달리 그 학대받는 여자 주인공을 약간 비켜서서
그냥 바라보고만 있다.

여자 주인공도 그 남자주인공이 자신을 비켜서서 바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여자 주인공은 학급 동료에게 잔인하게 학대와 폭행을 당해 교실 뒷바닥에 지저분하게 쓰러져 있다. 아무도 없는 쓸쓸한 교실에서
그녀는 헝크러진 머리와 더러워진 교복을 가진채 저녁 노을이 지는 교실바닥에 여전히 쓰러져 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던 남자 주인공이 나타나서 말하고 그들은 서로 대화한다.

남자 : 도와줄까?
여자 : 아니요. 그럴필요는 없어요.
남자 : 그래? 그럼 몸조심해. (그리고 사라진다)

그리고 그후 여자는 남자를 사랑하게 된다. 난 오랫동안 그들 사이에 일어난 그 사건과 그것을 묵묵히 보고만 있었던 남자의
행위와 남자가 도움을 바라지 않던 여성이 행위가 도데체 무엇을 말하는지 정확히 알 수없었다. 더군다나 여자가 그런 남자를
사랑한다는 행위도 사실 거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시간이 흐른뒤, 우연히 '타짜'와 아래 작품 '겨울 이야기'의 내용과 그 비슷한 느낌이 들면서 은연중 그들의 행위와 그 속에 나타난
결과에 대해 어렴풋이 이해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그들은 '사랑'을 한것이 아닐까 한다. 그들이 하게된 '사랑'은 서로를 향해 깊은
이해와 존중이라는 그 무겁고 중요한 바탕위에서 그들은 '사랑'을 한게 아닐까 한다.

비록 남녀간의 사랑이라는 것이 반드시 남자가 위급해 빠진 여성을 구해내려고 몸을 내던지는것이 전부는 아닐것이다. 그작품에서
보게된 것처럼 고난과 곤란에 빠진 남성/여성을 단지 곁에서 지켜보기만 해도, 그자체로도 충분히 그들에게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는 것이다.


3. 겨울 이야기 (하라 히데노리 글,그림)



작품에 등장한 남성은 이미 마음속에 다른 여성을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눈앞에 서있는 또 다른 여성에 대해 우유부단하게
마주대할 수 밖에 없다. 그런 그의 모습에 그녀는 미소지으면서 말한다.

그녀 : 다른 아이를 좋아하고 있구나. 그래도 난 너를 좋아해.

사실, 그 말을 하는 여성의 그 미소짓는 모습에서 뭔가 다른 '사랑'의 모습을 발견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랑'이라는것이
반드시 마주대하는 그/그녀의 모든것을 독점하는것이 전부가 아니고, 그/그녀가 또 다른 대상을 사랑하고 있어도, 그것마저도
함께 사랑해 줄 수 있는 그런 좀더 크고 넓은 사랑이 있다는것이 어렴풋이 느껴진게 사실이었다.

.....

'사랑'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본다.

그 단어는 사실 남성과 여성, 사람과 사람으로 한정시켜 사용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자신과 마주하는 애완동물인
강아지, 개, 고양이, 송아지, 소까지도 '사랑'할 수 있다. 그리고 굳이 생명체가 아닌 대상, 즉 자동차나 컴퓨터 휴대폰, 책과
같은 무생명체도 '사랑'이라는 단어로 말할 수 있을것이다.

나도 언젠가 늙어서 떠나간 그 늙은개를 생각하면 언제나 가슴 한쪽이 막막해진다. 2년전 우연치 않은 사고로 결국 폐차해버린
구식 다마스LPG를 생각하면 아직도 알수없는 미안함을 느끼곤 한다.



(지금은 없는 그 늙은개가 꿈에 나타나다.)
(한 페이지 수필 - 예전의 자동차를 떠나 보내면서, 나는 미안함을 느꼈다.)

그런 막막함과 미안함을 '사랑'이라는 단어와 세계속에 집어넣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사랑'이라는 단어를 좀더 넓고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다면 앞으로 내 삶은 좀더 편안해지고 평화로워 질꺼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것은 나 자신뿐만 아니라 어떤 다른이들이 가진 좀더 여유롭고 은근한 삶의 모습을 볼 수만 있다면, 그래서 그런 모습을 내가 그들의
그런 모습을 조금이나마 따라하게 된다면 그만큼 행복해 지지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가져본다.

by 바보왕자 | 2009/03/08 22:21 | 애니/만화 리뷰 | 트랙백 | 핑백(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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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내고 한번 죽어버렸다는 충격의 결과, 요즘 아무것도 안하고 오직 만화/애니 리뷰만 작성중입니다. 이번주까지 리뷰 5연타에 도전중입니다. (타짜, 협박 Dog's, 겨울이야기 : 사랑은 하나가 아니다.) ([어떤 마술의 금서 목록] 엑셀러레이터+라스트오더. 커플의 위대함에 대해서) (오타쿠는 진화한다 : 신만이 아는 세계 (神のみぞ知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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